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
희미하게 들리는 스산한 바람 소리와 낯선 냄새가 코를 찌른다.
침침한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img src="교실.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5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교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내가 왜 교실에 있지?
교실이 맞긴 한 거야?
꼭 무슨 공포 게임에 나오는 교실처럼...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반 친구들로 가득한 교실과 눈앞의 교실이 교차되었다.
밝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의 교실에 비명 소리가 덮어지더니 지금의 스산한 교실 이미지로 바뀐다.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겨우 의지해 몸 상태를 살폈다.
갈색으로 얼룩지고 성한 곳 없는 교복, 그리고 목에 걸려있는... 학생증?
<img src="안유진_학생증.jpg" width="320" height="450" style="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안... 유진..."
맞아.
아이브 여고 3학년 1반 안유진.
내 이름이다.
차차 두통이 사라져가고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동시에 불길한 예감과 서늘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움직이자."
무섭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지만 여기 있는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까.
<img src="복도_밤.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0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간신히 몸을 일으켜 교실 밖으로 나갔다.
어둠에 잠긴 복도. 당연하게도 교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걸음을 옮기려 할 때, 등 뒤편에서 무언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다.
걸음을 옮기려 할 때, 다시 소리가 들렸다.
다만, 점점 소리가 빨라졌다.
움츠러드는 몸에 힘을 줘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그림자는 인간이라기엔 형태가 기이했다.
달빛이 쏟아지는 창문 앞으로 나온 그것은,
피부가 상한 고기 색이었고,
눈동자는 곰팡이 낀 회색 안구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다리 한쪽과 양 팔이 뒤틀려 있었다.
"좀비?!"
다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기억이 조금 돌아온다. 그래, 며칠 전 4교시를 앞두고 갑작스레 벌어진 좀비 사태.
아는 얼굴들이 좀비가 되었고, 서로 잡아먹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이 굳어있던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뒤쪽 계단으로 도망친다.]]
<br>
[[가까운 교실 안으로 숨는다.]]
<br>
[[주변에서 무기를 찾아 방어할 준비를 한다.]]
뒤돌아 달렸다.
발소리가 복도리를 울리자 내 존재를 알아챈 좀비가 괴성을 지르며 빠르게 다가온다.
숨이 가빠 오지만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좀비가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한 번이라도 발을 잘못 디디면 끝이야.
<img src="계단_밤.pn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0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복도 끝자락에 다다르자 계단이 맞이했다.
슬쩍 본 창밖의 높이를 보니 아마 여긴 3층.
당연히 출구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친..."
아래층으로 다시 달리려다, 혼잡스럽게 귀를 파고 들어오는 소리.
계단 난간 틈으로 2층의 동향을 살폈다.
한 둘이 아니었다.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좀비 그림자 여럿.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하나도 무서운데 저놈들을 지나 1층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의 기로.
조금만 지체하면 뒤의 좀비 녀석이 물어뜯으러 올 텐데...!
"여기...! 여기에요...!"
쥐어짜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 한껏 용기를 낸 목소리가 계단 위쪽에서 들려왔다.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br>
[[위층으로 올라간다]]
본능적으로 발소리를 죽여 옆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숨을 죽인 채 기어가듯이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img src="교실_밤3.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0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깨어났던 교실에 비하면 교실 본연의 모습을 거의 가지고 있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제발.
숨소리가 닫힌 문을 넘어 복도의 좀비에게 들릴까, 손으로 입을 막고 숨을 얕게 쉬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좀비의 발걸음 소리와 징그러운 신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숨이 빨라진다.
좀비의 발소리가 교실 문 앞에서 멈춘다. 일순 사방이 고요해졌다.
(text-style:"bold")+(text-size:2.5)+(font:"궁서")[덜컹- 덜컹-]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필사적으로 숨을 죽이고 눈도 감아버렸다.
얕고 밭은 숨에 의식이 흐릿해져갔다.
곧 좀비의 발소리는 멀어져 가고, 교실은 다시 고요해진다.
하지만 이미 혼미한 정신에 나는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찾으러 가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누굴? 이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물음표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툭툭]]
상대는 좀비 하나.
하나 정도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곳으로 도망갔다가 더 많은 좀비를 마주칠 수도 있는 거잖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나쯤은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자감이 피어오른다.
달빛에 반짝이는 바닥의 유리 조각을 손에 쥐었다.
긴장된 손아귀에 땀이 배어 나왔다.
좀비가 점점 다가왔다.
유리 조각을 앞으로 겨누며 다른 손으로 손목을 잡아 간신히 진정시켰다.
심장이 요동치고, 숨이 가빠진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미세한 잡음보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소리가 뇌를 흔들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복 돋우기 위해 중얼거렸지만 내가 얼마나 떨고 있는지 가늠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았다. 발표할 때도 이렇게 떤 적 없었는데.
그리고 내가 유리 조각을 들고 있던, 온몸에 힘을 주고 버티고 서있던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오는 좀비.
점점 가까워지는 좀비의 모습에, 달빛에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끔찍한 모습에 공포감이 커진다.
마침내 좀비가 눈앞에 다다랐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팔의 진로를 막는 게 없다.
헛손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순간, 끔찍한 고통이 덮쳐오고, 감았던 눈이 떠지지 않았다.
(text-color: "shadow") + (background:red)+(text-style:"bold")[Bad Ending 01. 아직은 역부족]
[[시작<- 처음으로 돌아가기]]
좀비가 가득한 곳에서 인간을 믿어보기로 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믿고.
발걸음을 돌려 계단을 빠르게 올라갔다.
위층에 올라서자, 복도 저 멀리에서 빠르게 근접해오는 세넷 정도의 좀비가 보인다.
"여기!!"
다행히 계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목소리의 주인인 듯한 안경 쓴 여학생이 상반신만 빼꼼 나와서는 다급하게 손짓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방송실>이라고 적힌 명패가 보였다.
여학생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오고 있는 좀비보다 먼저 도착하고 말겠다는 의지로 전속력으로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좀비 무리가 아래층의 좀비보다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사적으로 팔을 뻗어 여학생의 손을 잡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송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허리 숙여 무릎을 잡곤 숨을 고르는 나와 달리 여학생은 익숙하게 문을 잠그고, 암막 커튼을 쳐버린다.
<img src="방송실_밤.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0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빛과 소리에 민감한 좀비 때문에 밤에도 전등을 켜지 못했는데, 방송실은 암막 커튼 덕에 스탠드라도 켤 수 있는 모양인가 보다.
"후...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당연한 일을 했다던가, 무슨 정신으로 이 시간에 좀비들 틈에 있었냐고 화를 낸다거나
그런 반응이 돌아올 줄 알았다.
(text-style:"bold")+(text-size:2.5)+(font:"궁서")[퍽!!]
"으억?!"
"씨잉... 죽은 줄 알았잖아요!"
"엉? 너 나 알... 악! 아파!! 야, 잠, 잠깐만!!"
한참을 뚜드려맞다 겨우 여학생의 두 손목을 잡아 진정시켰다.
갑자기 얻어맞은 억울함에 따지려고 했는데, 그녀의 목에 걸린 학생증이 달랑거렸다.
<img src="장원영_학생증.jpg" width="320" height="450" style="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장원영...?"
기억났다. 내가 어떻게 얘를 잊었지?
어렸을 때부터 옆집에 살았던 한 살 동생인 원영이.
집순이에 약간의 히키 기질과 오타쿠 기질이 있어 집에서는 자기 방에, 학교에서는 부실인 방송실에서만 거의 살다시피 하는 아이다.
"뭐야... 나 진짜 기억 안 나요?"
울먹이는 목소리에 걱정 20% 원망 80%가 느껴진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너는 누구...?"]]
<br>
[["널 어떻게 잊냐 장~어녕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원영의 귀가 삽시간에 빨개진다
"다친 데는... 없어요?"
"사실 기억이 좀 드문드문 한데, 몸은 괜찮은 거 같아. 아까 나 뛰는 거 봤지?"
"기억이요?! 그럼 언니가 저한테 고백했던 것도 기억 안 나요?!"
"수작 부리지 마."
"아~ 안 통하네."
입술을 삐쭉 내민 게 귀여우면서도 장난이 얄미워 원영이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아프지 않게 때렸는데도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맞은 곳을 벅벅 손으로 문지른다.
"너 여기 혼자 있었던 거야?"
"... 언니가 그러라고 했잖아요."
"내가?"
아, 기억났다.
"데리러 오겠다고 했잖아요. 근데 안 왔잖아요. 며칠이나 지났는데..."
걱정이 20% 정도 있던 목소리가 원망 100%로 바뀌었다.
조심스레 원영이의 어깨를 안았다.
"무서웠지."
"..."
"늦게 와서 미안해."
"힝..."
잘 울지 않는 앤데. 원영이의 눈이 그렁그렁하다.
[[손으로 눈가를 닦아준다]]
무언가 볼을 찌르는 느낌에 눈을 떴다.
<img src="하늘_낮.pn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0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안유진 맞네."
교실로 들어오는 환한 햇빛이 오히려 시야를 방해해 눈앞의 여자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려 했는데, 행동을 오해한 건지 여자가 손을 잡아 책상 밖으로 나오게끔 당긴다.
"안녕?"
누구더라...
유진보다 10cm는 작아 보이는 키. 밖에는 좀비가 있고, 너나 할 거 없이 교복이 마른 핏자국으로 인해 더럽고, 성한 곳이 없는데도 여자는 계속 미소를 지은 채다.
"너 찾는 데 며칠이나 걸린 건지 모르겠네."
"저 아세요...?"
"어?"
황망한 표정이 아무래도 아는 사이였던 것 같아 미안하고 머쓱했다. 괜히 머리를 긁적이는 사이 여자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
"저기, 죄송해요. 기억이 좀 흐릿해서..."
"기억이? 그래서 원영이한테 안 간 거야?"
"원영이요...?"
"응, 원영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방송실에서 너 기다리고 있는걸."
원영이... 원영...
"장원영?"
자연스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았다.
"내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원영이는 기억나? 안유진 너 정말..."
어이없다는 듯 웃는 여자에 괜히 민망해졌다.
괜히 눈을 굴리느라 그녀가 한발작 다가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원영이도 원영이지. 안유진 안 데려오면 방송실에 아무도 안 들여보낼 거라고 혼자 문 걸어잠그고 안전하게 있으니."
"... 네?"
"그래서 계속 너 찾아다녔어. 오늘 드디어 발견했고. 근데 있지."
"..."
"그 사이 내 일행은 다 죽었어. 나만 빼고."
어제 좀비를 마주했을 때와는 다른 공포가 엄습했다.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 차가운 금속이 배를 파고 들어오더니 걷잡을 수 없는 뜨거움이 느껴진다.
아, 떠올랐다.
"가을... 언니."
의식의 끝자락에서 떠올린 이름에 언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놀람만이 아닌, 씁쓸함, 미안함, 체념 등 셀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유진아."
눈이 감기고, 가을 언니의 목소리가 멀어져 간다.
"원영이는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야."
(text-color: "shadow") + (background:red)+(text-style:"bold")[Bad Ending 02. 좀비는 악의가 없고, 인간은 악의가 있다]
[[시작<- 처음으로 돌아가기]]
손을 들어 원영이의 볼을 감싼다. 말랑한 볼살이 손에 가득 쥐어졌고, 손가락을 뻗어 축축한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주자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단말마 같은 탄성을 내뱉는다.
"어...?"
"아..."
이런 거엔 맨날 둔하다고 친구들에게 한소리 듣기 일쑤인 나라도 이 핑크빛 기류를 눈치챌 수밖에 없다.
내가 이런데 원영이는 오죽할까.
천천히 감기는 원영이의 눈을 보며 천천히, 얼굴을 내민다.
(text-style:"bold")+(text-size:2.5)[쾅!!]
"흐악"
정적과 분위기를 깨는 굉음에 부모님에게 걸린 것처럼 몸을 급하게 뒤로 물렸다. 보아하니 방송실은 아니고 근처 다른 교실 문에 무언가 강하게 부딪힌 모양인데... 안도하며 놀랐을 원영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갤 돌렸다.
"저 좀비 놈이 눈치 없이... 확 불로 지져버려야..."
"원... 영아...?"
"네?! 아, 어, 언니 이거 좀 봐줄래요?!"
내가 방금 분명 뭘 본 거 같은데...? 잘못 본 거겠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원영이에게도 다가갔다.
이건...
[["메모?"]]
원영이의 손에 들린 건 노란색 포스트잇이었다.
장원영 전매특허, 초딩 글씨로 날짜와 시간, 그리고 별표가 쳐져 있다.
"무슨 날짜야?"
"구조헬기가 오는 날이요."
"뭐?"
"저거요."
손끝이 가리킨 건 구식 라디오였다.
"창고에 자리 없다고 저런 건 다 방송실 구석에 처박아 뒀거든요, 학교가."
"저 고물 켜지는 거였어?"
"오래는 못 켜요. 운 좋게 잠깐 켜졌을 때 헬기 소식 들은 거구요."
"이 날짜가 언제... 언젠데?"
좀비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해서 구조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희망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일이요. 내일 정오에 헬기가 여기 본관 옥상으로 우릴 구조하러 올 거예요."
살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절망적인 좀비 사태에서 살아서 나갈 방법이 있구나.
긴장 상태가 한순간에 풀려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하 다행이다..."
"..."
"우리 살 수 있어, 원영아."
옥상이면 방송실에서 한 층만 올라가면 되니까. 그 사이에 있는 좀비들만 잘 피하면...
"문제가 하나 있어요."
"어?"
"옥상 문이 잠겨있을 거고, 4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좀비가 많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혼잡하던 좀비 사태 발발 초기, 옥상으로 도망가던 애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대로 다 좀비가 되었다는 뜻이겠지.
"사실 좀비들을 유인할 방법이 하나 있어요."
"어떻게?"
"... 그전에 하나만 약속해 줘요."
"엉?"
"다른 사람 때문에 죽지 마요."
"그게 무슨..."
"다른 사람 구한다고 뛰어들지 말라구요. 저를 포함해서."
"야, 장원영."
"약속해요. 안 그러면 말 안 해줄 거예요."
새끼손가락을 펴 얼굴 앞으로 들이민다.
[[약속한다]]
<br>
[[약속하지 않는다]]
(text-style:"bold")+(text-size:2.5)+(font:"궁서")[퍽!!]
원영이의 주먹은 강했다.
(text-color: "shadow") + (background:red)+(text-style:"bold")[Bad Ending 04. 장난도 정도껏]
[[위층으로 올라간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set: $promise to true)
손가락을 걸었다.
"나도 내가 먼저 살아야지 무슨 이런 당연한 걸 약속까지 받아내냐?"
"... 그럼 다행이고요."
엄지손가락 꾸욱까지 하자 원영이가 먼저 새침하게 손을 풀었다.
"스피커요."
원영이 손가락으로 천장 모서리의 스피커를 가리켰다.
소리에 민감한 좀비
아직 끊기지 않은 전기
"스피커 소리로 좀비를 스피커 쪽으로 유인하는 거야?"
"네. 그 사이에 저희는 반대쪽 벽 쪽으로 붙어서 가는 거예요. 스피커 테스트는 몇 번 해봤어요, 이미."
방송실에 숨어만 있던 게 아니라 원영이도 할 수 있는 걸 했구나.
챙겨줘야 할 동생으로만 느껴졌던 원영이가 새삼스럽게 기특했다.
원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던 그때,
(text-style:"bold")+(text-size:2.5)+(font:"궁서")[꺄악-!!]
우당탕탕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귀를 찢었다.
"유진 언니, 여기로요."
반사적으로 암막 커튼을 걷어 비명 소리가 난 복도를 내다보려 했으나, 원영이가 팔을 잡아 끄는 게 빨랐다.
한 손엔 내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론 빠르게 방송실 내의 스탠드를 모두 꺼 암흑 상태로 만들고는 책상 아래로 숨었다.
"원영아,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아까 비명 근처에서..."
"쉿-"
입가에 손가락을 올려 조용히 하라는 원영이의 제스처 직후, 복도에서 달음질과 좀비들의 괴상한 소리가 울러퍼져왔다.
"살려주세요! 누가 제발... 도와주세요!!"
"... 원영아, 이 목소리."
"..."
익숙한 목소리였다. 1학년 후배이자 어렸을 때부터 양궁 신동이라 불리며 각종 매체에서 볼 수 있었던 이현서. 현서였다.
대회나 훈련 때문에 동급생들 보다 먼저 밥을 먹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와 함께 먹었다.
바로 지난주에도 한 테이블에 앉아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언니, 안돼요. 저렇게 소리 지를 정도면 이미 좀비들이 가득할 거예요. 녹음실로 가요. 방음 처리되어 있어서 조용할 거예요."
"그치만 현서가."
"언니. 약속했잖아요."
다른 사람 때문에 죽지 마요.
[[현서를 구하기 위해 방송실 문을 연다]]
<br>
[[원영을 따라 녹음실로 들어간다]]
(set: $nopromise to true)
"미안."
"..."
"그치만 원영아. 너도 내가 안 죽었으면 해서 그런 약속을 해달란 거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그냥 좀... 이기적이면 안 돼요?"
"그럼 넌 약속할 수 있어?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너는 너 살 길만 찾겠다고?"
"..."
"거봐."
한동안 침묵이 방송실을 채웠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지 한참, 먼저 눈을 감으며 한숨을 쉰 건 언제나처럼 원영이었다.
"다른 건 다 져주면서 이런 건 맨날 안 져준다니까..."
"내가 좀 한결같지."
"어휴."
질린다는 듯이 대꾸한 원영이가 손가락으로 천장 모서리의 스피커를 가리켰다.
"스피커요."
소리에 민감한 좀비
아직 끊기지 않은 전기
"스피커 소리로 좀비를 스피커 쪽으로 유인하는 거야?"
"네. 그 사이에 저희는 반대쪽 벽 쪽으로 붙어서 가는 거예요. 스피커 테스트는 몇 번 해봤어요, 이미."
방송실에 숨어만 있던 게 아니라 원영이도 할 수 있는 걸 했구나.
챙겨줘야 할 동생으로만 느껴졌던 원영이가 새삼스럽게 기특했다.
원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던 그때,
(text-style:"bold")+(text-size:2.5)+(font:"궁서")[꺄악-!!]
우당탕탕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귀를 찢었다.
"유진 언니, 여기로요."
반사적으로 암막 커튼을 걷어 비명 소리가 난 복도를 내다보려 했으나, 원영이가 팔을 잡아 끄는 게 빨랐다.
한 손엔 내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론 빠르게 방송실 내의 스탠드를 모두 꺼 암흑 상태로 만들고는 책상 아래로 숨었다.
"원영아,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아까 비명 근처에서..."
"쉿-"
입가에 손가락을 올려 조용히 하라는 원영이의 제스처 직후, 복도에서 달음질과 좀비들의 괴상한 소리가 울러퍼져왔다.
"살려주세요! 누가 제발... 도와주세요!!"
"... 원영아, 이 목소리."
"..."
익숙한 목소리였다. 1학년 후배이자 어렸을 때부터 양궁 신동이라 불리며 각종 매체에서 볼 수 있었던 이현서. 현서였다.
대회나 훈련 때문에 동급생들 보다 먼저 밥을 먹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와 함께 먹었다.
바로 지난주에도 한 테이블에 앉아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언니, 안돼요. 저렇게 소리 지를 정도면 이미 좀비들이 가득할 거예요. 녹음실로 가요. 방음 처리 되어 있어서 조용할 거예요."
"그치만 현서가."
"언니. 제발요."
다른 사람 때문에 죽지 마요.
[[현서를 구하기 위해 방송실 문을 연다]]
<br>
[[원영을 따라 녹음실로 들어간다]]
"현서야, 여기!"
"어, 어, 어?! 유진 언니...!"
원영이를 뿌리치고 책상 밖으로 나와 방송실 문을 열었다.
"빨리 여기로...!"
땀과 눈물로 엉망인 현서의 얼굴이 낯설었다.
아까 원영이가 날 잡아줬던 것처럼 뻗은 현서의 손을 잡아 방송실 안으로 당겼다.
분명, 당겼다.
현서의 발목에 이빨을 박아 넣은 채 딸려온, 가슴 위만 존재하는 좀비가 함께 당겨져 들어왔을 뿐.
(text-color: "shadow") + (background:red)+(text-style:"bold")[Bad Ending 05. 밀실은 가장 안전하지만 가장 위험한 곳이다]
(if: $promise is true)
[[약속한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if: $nopromise is true)
[[약속하지 않는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방음 처리가 되어 있다더니 방송실 안쪽의 녹음실에 들어와 무거운 문을 닫자 소란스럽던 복도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좀비도, 좀비에게 쫓기는 현서도 원래 없다는 것 마냥 평화로운 고요함이 흘렀다.
이래도 되는 걸까.
"유진 언니."
멍하니 닫힌 녹음실 문만 바라보고만 있자 원영이가 뒤에서 안아왔다.
"피곤하죠? 얼른 자요, 우리."
배를 감싸 오는 손이 따뜻했다.
"원영아."
"...담요 하나밖에 없으니까 같이 덮어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현서는 어떻게 된 건지, 이런 일이 그동안 또 있었던 건지, 너는 왜이렇게 익숙한 건지.
"살고 나서."
"..."
"여기서 살아남고 나서 얘기해요, 우리. 응?"
담요 속으로 들어오라며 활짝 펼치며 말한다. 평소라면 날다람쥐 같다거나, 웬일로 언니한테 인심 쓰냐며 장난이라도 쳤을 텐데 지금은 도저히 입 밖으로 가벼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고생 많았어요, 유진 언니..."
한 담요 안에 나란히 누워있자 원영이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옆으로 넘겨준다.
교실에서 눈을 뜨고 지금까지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몸이 천근만근이다.
피곤하고, 무겁고, 무기력하다.
온기가 필요했다.
추워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 편히 숨을 내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꽈악
원영이를 당겨 끌어안았다. 당황한 듯 굳어있는 정수리에 볼을 올리고 몇 번 비비자 원영이도 내 허리를 꼬옥 잡아온다.
"잘자, 원영아."
꿈에서 깨어나든, 헬기를 타고 탈출하든 내일 이 시간은 지금과 다른 곳이길 간절히 바라며
품의 원영이를 조금 더 세게 안으며 눈을 감았다.
원영이가 같은 고등학교로 배정받았다며 신나했던 날.
그날 사준 담요 안은 방송실 밖과 다르게 따뜻했다.
[[다음날]]
"준비됐어, 원영아?"
"후... 네!"
비장하게 끄덕인 원영이 안경을 척, 손가락으로 올리곤 방송실 장비를 조작한다.
곧 스피커로 교가가 재생되고, 방송실 밖으로 고개만 내민 유진이 좀비들을 동태를 확인한다.
"어때요?"
"진짜네..."
배회하던 좀비들이 복도의 스피커 아래 혹은 교실로 달려간다. 천장에 붙은 스피커에 닿으려고 서로 엉켜가는 모습이 섬찟하다.
"가자."
어느새 가까이 온 원영이의 손을 잡았다.
이 손 놓지 않고 옥상까지 가는 거야.
<img src="복도_낮.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5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스피커 아래 모여있는 좀비들의 반대편 벽에 붙어 살금살금 걸었다.
옥상까지 고작 한 층인데도 땀이 났다.
드라마처럼 무언가 밟아서 소리 날까 봐, 어디에 걸려 넘어질까 봐.
이따금씩 뒤돌아 본 원영이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땀도 잘 안 흘리는 애가 맞잡은 손이 축축하다.
"아..."
나도 모르게 낸 탄성에 빈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 좀비들은 듣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을까.
<img src="방제문_닫힘.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5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사고 예방을 위해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철창이 쳐져 있다.
쉽게 열지 못하도록 자물쇠까지 채워서.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철창 근처가 피와 살점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어떡하지.
다시 방송실로 돌아가야 하나? 창살을 건드렸다간 요란한 소리에 좀비들의 시선을 끌까 봐 무서운데.
꼼지락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언가 손목을 감아온다.
잡지 않고 있던 원영이의 다른 손.
꼭 주먹 쥐고 있던 손을 펴자 회색의 작은 열쇠가 올려져 있다.
달려있는 네임택에는 휘갈겨 쓴 '본관 옥상'이라고 쓰여 있다.
"...!"
이거 교무실에서 관리하지 않아? 원영이 네가 어떻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이따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열쇠를 받아들었다.
아주 천천히 열쇠를 돌렸다.
<img src="방제문.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5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텅
어쩔 수 없는 자물쇠 열리는 소리에 굳어버렸지만, 다행히 교가에 묻혀 좀비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철창을 밀어가며 한 발자국씩 안으로 들어갔다.
원영이까지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철창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자물쇠를 다시 채우기엔 또 소리가 날 것 같아 걸쇠만 대강 걸어두었다.
이제...
<img src="문.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5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좋아! 이제 저 문만 열고 나가면 옥상이다!
[[문고리를 내린다]]
"아오 좀 밀려라..!!"
"으으...!"
틈이 벌어진다.
진짜 조금, 진짜 조금만 더 밀면 원영이 먼저...
터덩
믿었던 걸쇠가 바닥으로 낙하했다.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걸쇠를 따라 내려가던 시야가 빠른 속도로 좀비들로 가득 찼다.
(text-color: "shadow") + (background:red)+(text-style:"bold")[Bad Ending 06. 믿었던 걸쇠의 배신]
[[문고리를 내린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if: $promise is true)
["약속 못 지켜서 미안."]
(if: $nopromise is true)
["약속 안 하길 잘했지."]
"네?"
붕 뜨는 원영이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철창으로 달려갔다.
터덩 소릴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쇠.
막고 있던 걸쇠가 사라져 좀비들이 철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려는 찰나, 내 손이 걸쇠를 대신했다.
"유, 유진 언니..."
"가, 빨리!"
손에서 끔찍한 고통이 올라왔다.
순간의 고통에 손을 떼버릴까 나 자신이 의심스러워 몸을 돌려 철창을 등으로 막았다.
좁은 철창 틈새로 좀비들이 나를 물어뜯는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뿌려지는 내 피를 보며 앞을 보았다.
"안유진..."
원영이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원영아."
목구멍으로 올라오려는 비릿한 핏덩이를 삼키고 말했다.
"얼른 가, 빨리."
(if: $promise is true)
["... 약속, 했으면서."]
(if: $nopromise is true)
["그러니까 내가 약속해달라고... 했잖아요."]
"... 미안."
콰득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더 이상 아픔조차도 아득해지고 있을 때, 목에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고통이 덮쳐왔다.
저절로 감기는 눈에 천장까지 닿을 만큼 솟구치는 피가 보였다.
"안돼!!!"
의식의 마지막에서 보인 건 나를 향해 팔을 뻗으며 달려오는 장원영이었다.
옥상으로 나가야지, 원영아.
언니 말 안 들을 거야?
입 밖으로 꺼내지지 않는 말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
철창 덕에 학교에서 유일하게 말끔한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힘을 줘 내리기만 하면 드디어...!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뭐..."
몸이 굳었다. 볼륨이 줄어든 교가 위로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분명히 교가였는데?
그새 누가 방송실로 들어갔다고?
그리고 저.... 여유로운 듯한 내용 뭐야? 마이크 테스트라니?
<안녕? 스피커 틀어놓고 없어진 거 보니까 이거 이용해서 좀비들 관심을 돌린 거지?>
정확했다. 원영이도 놀란 듯 안경 뒤로 두 눈을 크게 뜨고 그저 스피커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찾던 유진이 찾았나 봐? 제발 방송실에 들여보내 달라고 했을 땐 안유진 데려와야 문 열어주겠다고 했었잖아.>
뭐?
"..."
원영이의 동그랗던 눈이 차갑게 식으며 날카로워졌다. 미간을 좁히며 아랫입술을 깨무는 게 스피커의 말이 사실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레이, 지원이에 이어 현서까지. 정말... 너무한 거 아냐?>
스피커의 목소리가 떨렸다.
레이, 지원이.
이름을 들으니 두 사람이 떠오른다.
나와는 그다지 친분은 없었지만 가을 언니의 동아리 후배라고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 가을 언니?
맞아, 스피커의 목소리.
나보다 1살 많지만 사정상 고3 동급생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가을 언니.
가을 언니다.
<원영아, 내가 너였으면 안 그랬어. 절대로.>
"...!"
무언가 알아챈 듯 원영이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더니 손을 잡아온다.
그리고 문고리에 얹어진 내 손 위에 다른 손을 포갰다.
<지옥에서 보자.>
뚝
전원이 꺼지는 소리가 나더니 사방이 조용해졌다.
문고리를 내리기만 하면 되는데 쉽사리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원영이도.
들리는 소리라곤 내 심장 소리 밖에 없는 상황에서, 철창 밖 복도의 좀비들에게로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저런 것들과 통하기라도 한 걸까?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일괄적으로 머릴 180도 돌려 우릴 바라보고 있는 그것들과 눈이 마주쳤다.
분명 눈이 없을 텐데, 눈이 마주쳤다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말을 할 수 없을 텐데,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너넨 늦었다고.
"캬아악-!!"
"유진 언니, 빨리요!"
"원영아!"
좀비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문고리를 내렸다.
끼긱
육중한 무게와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탓에 틈새에 끼인 녹이 문이 열리는 걸 방해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문에 몸을 붙여 있는 힘껏 밀었지만 열리는 속도가 느렸다.
이제 겨우 옥상의 햇빛이 틈새로 들어오는 정도.
눈까지 꼭 감고 문을 밀고 있는 원영이를 보고, 좀비들을 봤다.
철창에 다시 자물쇠를 채우고 올걸.
그런 작은 소리마저 좀비들의 관심을 끌까 봐 일부러 대충 철창의 걸쇠만 걸어놨는데.
다행히 멍청한 좀비들은 철창 문을 열 생각은 하지 못하고 철창 사이로 팔을 뻗고, 머리를 되는대로 들이밀어 온갖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곧 철창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모여든 좀비들 덕에 걸쇠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익..."
안경이 콧등까지 내려온 것도 모르고 원영이는 여전히 문을 밀고 있다.
조금만 더 열면 사람 하나쯤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문 틈새와 떨어져 나가기 직전의 철창 걸쇠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나는...
[[문을 계속 민다]]
<br>
[[철창을 막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
희미하게 들리는 스산한 바람 소리와 낯선 냄새가 코를 찌른다.
침침한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img src="교실.jpg" style="width: 100%; height: auto; max-width: 750px; 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여긴... 교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내가 왜 교실에 있지?
난 분명 방금 원영이랑 옥상으로 탈출하려다 좀비에게...
"... 원영아."
(text-color: "black") + (background:white)+(text-style:"bold")[Part2로 이어집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믿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심호흡을 하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계단을 한 발 한 발 내려가며 좀비들의 위치를 파악한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좀비들의 신음 소리가 점점 커진다.
1층으로 가는 마지막 계단을 내려설 때, 좀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순간적으로 공포가 밀려왔지만, 발을 굴렸다..
"안 돼... 제발!"
헤집고 나아가려 했지만...
많았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필사적으로 좀비를 밀쳐내보고, 발로 차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다.
차갑고 소름 돋는 감촉의 손들이 몸 곳곳을 부여잡았다.
"살려줘...!"
온몸이 고통으로 뒤덮이고,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건
계단 위쪽에서 들렸던 목소리 뿐이다.
(text-color: "shadow") + (background:red)+(text-style:"bold")[Bad Ending 03. 성급한 다리]
[[뒤쪽 계단으로 도망친다.<- 이전으로 돌아가기]]